- 흑청 합작 (http://1005tdk.wix.com/ckiss#)에 참가하기 위해 썼던 글입니다.

 

 

목덜미 키스 - 집착

 

 

 

 

코트 위의 아오미네는 누구보다도 빛이 났다. 늘 변함없는 그 모습을 벽에 기대어 바라보던 쿠로코는 자신의 옆에 앉는 키세를 슬쩍 돌아보곤 다시 아오미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눈을 떼기 힘들었다. 동작하나하나가 예술과 같았고, 자신을 보란 듯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저 사람이 내 것이면 좋겠다. 그런 의미 없는 생각이 이따금 머릿속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 입안이 바싹바싹 타올랐다. 어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르며 아오미네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잠시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던 쿠로코는 키세가 무언가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정신을 차렸다. 그 앞의 이야기는 듣지 않았지만, 상관없겠지 하는 생각으로 다시 아오미네를 바라보며 숨을 삼켰다. 보란 듯이 다른 사람들을 제치고 덩크를 넣는 모습에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쿠로콧치는 아오미넷치랑 엄청 친한 것 같아여.”

 

키세의 말에 아오미네에게서 눈길을 돌려 키세를 힐끔 바라 본 쿠로코는 이내 다시 아오미네를 바라봤다. 쿠로코에게 아오미네는 특별한 사람이었다. 농구를 포기하지 않게 해준 사람이자, 선수로서 동경하고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타인의 눈에는 그것이 친한 것으로 보이는 걸까. 쿠로코는 어제 있었던 입맞춤을 떠올렸다. 농구 말고 맞는 것은 그 정도 밖에 없었다. 남들에게는 차마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이었기에 쿠로코는 키세의 말을 담담히 넘기기로 했다.

 

글쎄요. 아오미네군과는 농구 말고는 딱히 맞는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쿠로콧치! 오늘 같이 하교해여! 마지바에서 바쉐 사줄 테니까, 같이 가여!! ?”

 

키세의 제안에 잠시 생각을 하던 쿠로코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아오미네가 다가와 키세를 밀어내고 옆에서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조금은 화가 난 것 같은 얼굴로 옆에 서있는 아오미네를 올려다본 쿠로코는 자신을 향하는 그 올곧은 시선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휴식은 끝이었다. 다시 공을 잡고 코트 위로 되돌아간 쿠로코는 대답을 기다리는 키세를 뒤로하고 자신의 소임을 다하기 위하여 코트 위를 달렸다. 농구공이 쿠로코를 향해 날아왔고, 쿠로코는 그것을 아오미네에게로 쳐냈다. 농구공은 제 주인을 완벽하게 찾아갔고, 링을 통과했다. 제자리에서 숨을 고르며 아오미네를 바라보던 쿠로코는 자신에게 내밀어지는 주먹에 가볍게 주먹을 가져다댔다. 그제야 미소를 짓는 아오미네를 보고 안도감을 느꼈다.

 

한참동안 계속 되던 연습은 쿠로코가 지쳐 쓰러지기 직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휘청거리며 얼른 자리에 주저앉고 싶어 하는 몸에 애써 힘을 주며 자리에 선 쿠로코는 가쁜 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속이 울렁거렸다. 언제 그것을 눈치 챈 것인지 어느새 아오미네가 타월과 스포츠음료를 건네며 잠시 바깥공기나 쐬고 오자며 쿠로코를 끌어당겼다. 잠시 휘청거리던 쿠로코는 결국 아오미네에게 붙잡혀 바깥으로 끌려 나가야만 했다. 붙잡힌 손목이 뜨거웠다.

 

체육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숨을 돌리며 스포츠음료로 목을 축인 쿠로코는 자신을 바라보는 아오미네를 시선을 느끼며 고개를 들었다. 아오미네는 수줍음을 타는 소녀처럼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아오미네의 귀가 조금 빨갛게 익은 것 같다는 생각에 작게 소리 내어 웃은 쿠로코는 머리에 뒤집어쓴 타월을 아오미네에게 건넸다. 거칠게 타월을 받은 아오미네가 급히 머리에 그것을 뒤집어쓰는 모습이 꽤나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운만 있었다면 아마 지금 당장이라도 입을 맞췄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조금 남은 스포츠 음료를 삼켰다.

 

질투라도 하는 것 같네요, 아오미네군.”

아니거든? 그냥 테츠 네가 걱정이 돼서!”

키세군이 오늘 바쉐 사줄 테니 같이 하교하자고 해서요. 아오미네군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장난삼아 꺼낸 말이었다. 아오미네는 그리 신경 쓰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꺼낸 말이었지만, 그 말에 아오미네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금방이라도 삼켜질 듯 강렬한 눈빛이 맹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새끼랑 같이 갈 거야?”

늘 저희 둘만 같이 하교했으니까, 가끔은 키세군과도 같이 가는 편이……

 

입술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짧은 입맞춤을 하고 떨어진 아오미네에게서는 맹수 같은 눈빛도 사라져있었다. 수줍은 소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아오미네에게 작게 웃어 보인 쿠로코는 손을 뻗어 아오미네의 손을 꽉 잡았다. 아오미네의 손이 무언가를 기대라도 하는 것처럼 조금 떨리고 있었다. 아오미네는 늘 말로 하지 않았다. 눈빛으로, 그리고 몸으로 이야기하는 아오미네의 말을 쿠로코는 알아들을 수 있었고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곤 했다. 아오미네가 원한다.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아오미네는 쿠로코를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쿠로코는 아오미네를 동경했다. 그것만으로도 관계가 성립하기 충분했다.

 

손을 꼭 잡은 채로 아오미네를 올려보며 그 표정을 바라보던 쿠로코는 아오미네의 긴 손가락에 입을 맞췄다. 조금은 거친 손가락이 입술에 닿았다. 혀를 내밀자 거친 손가락의 느낌이 혀끝을 간지럽혔다. 오늘우리 집에 와. 아오미네는 늘 그런 식으로 이야길 꺼냈다. 섹스를 하자. 그렇게 이야기해도 될 텐데, 겉보기와 다르게 부끄럼이 많은 사람이었다. 쿠로코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오미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해줄 수 있었다.

 

 

 

나는 너를 동경합니다. 무슨 소리냐며 웃어넘기는 아오미네에게 쿠로코는 조용히 미소를 지어보이곤 했다. 중학교 시절까지의 관계는 조용하고 잔잔했다. 주로 손을 잡거나 키스를 했고, 가끔씩 서로의 동의하에 섹스를 했다. 첫 시작도 그 뒤로도 아오미네의 권유에서였다. 파트너라는 관계는 뿌옇게 흐려져서 무엇이라고도 말할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도 했었다. 쿠로코는 잠시 중학교 시절 마지막 경기를 떠올렸다. 처음으로 아오미네의 농구가 싫다고 생각했던, 홀로 지낸 겨울은 정말로 차가웠다. 그렇게 동경하고, 사랑했던 아오미네의 농구를 더 이상 사랑할 수 없게 되자 쿠로코는 아오미네를 떠났다. 그 이상 남아있다가는 아오미네를 정말로 미워할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쿠로코는 아오미네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했다. 아마 그 때가 눈이 오던 겨울이었던가.

 

창밖에 내리는 하얀 눈을 보며 옛 생각을 하던 쿠로코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카가미의 시선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입니까, 카가미군?”

, 아니. 그냥 쿠로코 네가 되게 심각해보여서. 무슨 일 있어?”

그냥옛날 생각을 조금 했습니다. 별일 아니에요.”

그럼 다행이지만, 무슨 일 있으면 제대로 말해. 동료잖아?”

 

멋쩍게 웃는 카가미에게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한 쿠로코는 지금의 아오미네를 떠올렸다. 중학교 때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근본은 변하지 않았다. 윈터컵 이후로 어색하리라 생각했던 관계는 생각이상으로 가까워서- 우스웠다. 쿠로코는 여전히 아오미네를 동경하고 있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아오미네는 언제나 우위였고, 관계는 아오미네가 원하는 대로 흘러갔다. 쿠로코는 무엇이라 칭할 수 없는 아오미네와의 관계가- 비참했다.

 

난 가슴 큰 여자가 좋더라. 아오미네는 침대에 누워 문뜩 그런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앞으로의 미래가 없음을 단정 짓는 아오미네의 말에 쿠로코는 묵묵히 잠을 자는 척을 하곤 했다. 아오미네의 미래에 자신은 없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쿠로코는 아오미네를 사랑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나는 평생 너의 연인이 될 수 없겠죠.

 

쿠로코는 언제나 그 말을 속으로 삼켰다. 근육이 도드라지는 등에 입을 맞추고, 땀에 젖은 몸을 더듬으며 신음을 삼키는 아오미네의 얼굴을 내려다볼 때면 늘 비참했다. 평생 내 것이 될 수 없는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는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온몸을 집어 삼키는 것 같았다. 창밖에는 눈이 쌓여있었다.

 

[“며칠 째 다이짱이 안 보여. 집에도 안 들어왔데. 테츠군.”]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아오미네의 실종을 전화로 알리던 모모이에게 쿠로코는 괜찮다며 그가 꼭 돌아올 것이라며 그녀를 위로했다. 아오미네의 실종은 오늘로 딱 일주일째에 접어들었다. 일단 고교생이니 경찰은 좀 더 두고 보자고 결론을 내렸고, 쿠로코는 모모이와 함께 아오미네가 갈만한 곳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늘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가곤 했다. 눈물을 흘리는 모모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아오미네는 꼭 돌아올 것이라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오늘은 눈발이 세서, 무리겠지. 쿠로코는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이-, 쿠로코. 연습은 어쩌고 그냥 가?”

늘 제대로 들으라고 몇 번이나 감독이 주의를 줬잖습니까. 아침연습에서 오늘은 연습이 없으니 제대로 하교하라고 이야기했습니다만. 눈이 많이 내려서 위험하니까요. 저는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오우-, 그럼 내일보자.”

 

학교를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 마지바에 들러 바닐라쉐이크와 버거 몇 개를 포장한 쿠로코는 우산을 쓰고 집으로 향했다. 바닥에 쌓인 눈에 뽀득뽀득 소리를 내며 발자국을 남기며 집까지 도착한 쿠로코는 자신이 온 길에 남은 발자국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돌렸다. 추리소설 속에 나오는 범인의 발자국 같은 느낌이었다. 우산에 쌓인 눈을 털어내고 깔끔하게 접어 현관문 옆에 우산을 둔 쿠로코는 어두운 거실에 전등을 켰다. 싸한 공기에 뼛속까지 들어오는 것 같았다.

 

얼마 전 아버지의 전근으로 쿠로코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은 집을 떠났다. 덕분에 홀로 집에서 생활하게 된 쿠로코는 가끔씩 카가미에게 저녁을 얻어먹기도 하고, 도시락을 사먹으며 식사를 때우곤 했다. 최근에는 거의 마지바로 때우고 있었고, 주로 햄버거를 먹었다. 아오미네 때문이었다.

 

거실에 겉옷을 벗어두고 2층에 있는 방으로 올라간 쿠로코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 전등을 켰다. 몇 번을 깜빡여서야 제대로 켜진 방안은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웠고, 열이 많던 아오미네의 몸마저도 차갑게 식혔다. 침대에 누워 끙끙거리는 아오미네를 바라보던 쿠로코는 열려있던 창문을 닫고, 바닥에 던져진 이불을 아오미네의 위에 덮어주었다.

 

이러다 감기 걸리겠네요. 난로 가져오겠습니다.”

 

대답 없는 아오미네를 무시하고, 난로를 가져와 방안 온도를 올리던 쿠로코는 자신을 바라보는 아오미네의 시선에 고개를 돌려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저 눈을 가려버릴까. 쿠로코는 책상에 올려둔 안대를 잡았다.

 

테츠

제발이제 그만하자.”

 

울음을 삼키 듯 낮게 갈아 앉아 떨리는 아오미네의 목소리의 울림은 언제나 사랑스러웠다. 쿠로코는 아오미네에게 다가가 안대를 둘러주고, 차갑게 식은 몸을 꽉 안았다. 늘 뜨겁기만 하던 몸이 차갑게 식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작게 떠는 아오미네의 몸짓에 작게 웃으며 아오미네의 입에 짧게 입을 맞춘 쿠로코는 두근두근 맥박이 뛰는 아오미네의 목을 잡았다. 그 손길에 아오미네가 화들짝 놀라며 반항을 시작했다. 쿠로코는 그 반항을 무시하며 두 손으로 그 목을 세게 눌렀다. 살아있음을 알리기 위해 더욱더 요동치는 심장소리가 듣기 좋았다. 아오미네가 숨이 막혀 헐떡이는 것을 보고서야 쿠로코는 목에서 손을 때냈다.

 

눈물 같은 것이 안대 아래로 흘러 떨어졌다. 쿠로코는 그것을 손가락으로 쓸어 닦아주며 쌕쌕 숨을 쉬는 아오미네의 입에 짧게 입을 맞췄다.

 

무엇을 그만 두자는 말입니까? 나는 너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강간이라도 할까요?”

테츠, 제발풀어줘.”

풀어주면, 너는 또 나를 버리겠죠. 너에게 나는 그런 존재잖습니까.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그걸 따를 수밖에 없으니까.”

 

아니라며 울부짖는 아오미네의 목덜미에 가볍게 입을 맞추던 쿠로코는 이내 이를 세워 살점을 뜯어낼 듯이 세게 물었다. 갑작스러운 아픔으로 신음을 삼키는 아오미네의 모습이 꽤 볼만 했다. 목덜미에서 입을 땐 쿠로코는 아오미네의 목덜미에 깊게 남은 자신의 잇자국을 손으로 쓸어보며 쓰게 웃었다.

 

나는 너를 좋아합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던 사실을 이제야 인정할 수 있게 되어버린 자신이 비참했다. 아오미네의 미래에는 존재하지 않는 자신의 흔적을 어떻게든 그에게 남기고 싶었다. 이런 관계는 비참하다. 쿠로코는 먹먹한 가슴을 떼어내고 싶었다. 아오미네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쿠로코는 조용히 차가움이 따뜻함으로 바뀌는 것을 기다렸다.

 

중학교의 그 여름처럼다시 한 번 너와 웃고 싶었습니다. 쿠로코는 그 말을 내뱉으며 다시 한 번 아오미네의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더 이상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다. 아오미네는 또 다른 사람을 만날 것이었고, 자신은 멀찍이서 그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오미네의 맨몸으로 떨어지는 자신의 눈물방울을 바라보며 작게 웃은 쿠로코는 아오미네의 목덜미에 남긴 잇자국을 바라봤다.

 

더 이상 나를 비참하게 만들지 말아요.”

 

쿠로코는 눈물을 삼키며 아오미네에게서 떨어져 방을 나갔다. 아오미네가 자신을 바라봐줬더라면 이럴 일은 없었을 텐데. 아오미네에 대한 원망과 사랑이 얽혀서 집착만이 남았다. 아오미네의 미래에 자신이 없다면 억지로라도 그곳에 남고 싶었다.

 

 

 

나도 널 좋아해, 테츠.”

 

다시 날 안아줘. 울음 섞인 목소리로 작게 가슴 속의 말을 내뱉은 아오미네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목덜미에 남겨진 쿠로코의 흔적이 사라지기 전에는 이 말을 할 수 있기를. 차가운 바람이 뼛속까지 들어왔다. 다시 그 여름으로 돌아간다면나는 너에게 이 말을 전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쿠로코의 목소리가 들리기만을 조용히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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