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은 쿨코와 창남이었던 카가밍..

 

 

 

 

유곽에서의 하루와 달리 이곳에서의 하루는 조용하고, 고요했다. 얼굴에 분칠을 하지 않아도 괜찮았고, 입술을 붉게 만들기 위해 붉은 열매를 으깨어 입에 바를 필요도 없었다. 주위의 다른 전통가옥과는 달리 이곳은 서양식 가옥이었고, 성이라 생각될 정도로 컸다. 유곽의 한 기생의 몸에서 태어나 유곽을 떠나본 적이 없던 카가미에게는 분에 넘치도록 큰 집이었다.

이곳에 온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나고 있었지만, 카가미가 그동안 한 일이라고는 집안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식사를 하고, 잠을 잔 것이 전부였다. 해가 중천에 뜨도록 늦잠을 자고, 정원에 핀 꽃들을 구경하며 집안을 돌아다녔다. 집에는 몇몇 시녀들도 보였지만, 누구도 카가미에게 무언가를 부탁하지 않았고, 그저 자신들이 명령 받은 대로 시간이 되면 카가미를 식사자리로 데려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늘 그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을 만난 날은 취향이 나쁜 남성을 만난 날이었고, 그 남성에게 하루를 팔린 카가미는 길거리에서 겁탈당하고 있었다. 이미 몸이 팔렸으니,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하고 남성이 시키는 대로 순순히 굴던 카가미를 그가 구해주었다. 검은 양복을 입고, 좁은 골목을 지나가던 그는 남성을 그대로 제압해주고는 작게 웃으며 카가미의 옷을 단정히 해주었다.

 

나를 사줘.’

 

카가미는 그에게 매달렸다. 잠시 당황하던 그는 카가미를 기방까지 데려다주고, 떠나버렸다. 하지만 잠시 후 가방하나를 들고 카가미가 일하는 기방으로 오더니 주인에게 가방을 던져주고, 카가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다정한 손을 뿌리칠 수도, 그리고 뿌리치고 싶지도 않았다. 카가미는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그에게 팔려 집으로 오는 내내 걱정이 산더미 같이 많았지만, 그는 집으로 오고서 카가미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하면 된다며 웃어준 그는 식사를 할 때와 잠을 잘 때만 나타났다. 넓은 침대에 함께 누워 정말 잠만 자고, 아침이 되면 그는 사라졌다. 집에 있는 것이 분명했지만, 넓은 집안에서 그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았기에 카가미는 굳이 그를 찾지 않았다.

정원에 앉아 꽃을 바라보던 카가미는 익숙한 뒷모습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쫓았다.

 

-, 저기!”

, 카가미군.”

 

 

그의 이름을 모르기에 어쩔 수 없이 다른 호칭으로 그를 부른 카가미는 뒤를 돌아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은 머리색과 같은 하늘빛이었다. 다정하게 휘어지는 그의 눈을 보는 순간 하려던 말도 다 까먹어버리고, 말을 더듬거리던 카가미는 겨우겨우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생각해내고 그의 손을 꽉 잡았다.

 

, 이름! 가르쳐줘예요.”

쿠로코, 쿠로코 테츠야입니다.”

 

작게 웃으며 말하는 쿠로코의 손을 꼭 잡고 있던 카가미는 이내 얼굴을 붉히며 꽉 잡고 있던 손을 펴고 어색하게 웃었다. 일주일 만에야 알아낸 쿠로코의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할지 고민하던 카가미는 자신을 멀뚱멀뚱 올려다보는 쿠로코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췄다. 깜짝 놀라 얼굴을 붉히는 쿠로코의 모습이 귀여워 작게 웃은 카가미는 손을 뻗어 쿠로코를 꽉 껴안았다.

 

나랑 섹스 해줘예요.”

일부러 그렇게 안 해줘도 괜찮습니다. 저는 카가미군이 행복하게 살면 그걸로 좋

 

쿠로코의 입에 다짜고짜 입을 맞춘 카가미는 얼굴을 붉히며 쿠로코를 바라봤다. 놀란 듯 카가미를 올려다보는 쿠로코의 모습이 정말 좋았다. 유곽에서 자신을 구해주고, 원하는 대로 살라고 이야기해준 쿠로코가 좋았고, 자신이 잠이 들면 슬쩍 들어와 옆에서 조용히 잠을 자는 쿠로코의 모습이 좋았다. 사랑이라는 게 이런 것일까.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던 카가미는 지금의 감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야기하기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제대로 말할 수 있는 그 누구보다도 쿠로코에게- 안기고 싶었다. 수많은 사람들과 밤을 함께 했지만, 그 시간동안 행복했던 날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생활은 정말로 행복했다.

가능하다면 오랫동안 이곳에 있고 싶었고, 가능하다면 쿠로코와 함께 그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좋아해. 쿠로코, 네가 좋아.”

 

쿠로코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카가미는 쿠로코의 허리에 두른 팔에 더욱 힘을 주며 쿠로코를 껴안았다. 쿠로코가 같은 마음이 아니더라도, 괜찮았다. 그저 한 번이라도 좋으니 안아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저도 카가미군을 좋아합니다. 카가미군이 어떤 사람이었든, 신경 쓰지 않아요.”

 

울고 있는 카가미의 등을 다정하게 토닥여주며 쿠로코가 말했다. 앞으로의 시간을 쿠로코와 함께 보낼 수 있다면, 앞으로는 정말로 행복한 날들만 있지 않을까-하는 그런 희망이 가슴속에서 살며시 싹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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